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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통술 마후아(Mahua)의 역사와 제조법, 발효주의 부활

by nottheendwrite 2025. 10. 20.

역사와 문화 속에 살아 있는 마후아

 인도 중부 숲 속 마디야프라데시나 차티스가르 지역을 여행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 아닌, 안개 낀 숲길을 지나 원주민 공동체의 작은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마후아 한 잔이 따라왔습니다. 그 술잔은 단순히 알코올을 담은 그릇이 아니라,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공동체의 정원에서 꽃을 말리고, 손으로 발효시켜 만든 기록이었습니다. 마후아는 ‘마후아 나무(학명 Madhuca longifolia)’의 꽃이나 열매로 만들어졌고, 이 나무는 원주민인 아디바시 문화 속에서 ‘생명의 나무’로 불려 왔습니다. 여러 세대가 꽃을 수확하고, 항아리에 담아 자연발효한 뒤 옹기 또는 작은 증류 장치로 술을 만들어왔는데,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이러한 술이 ‘등록되지 않은 술(country liquor)’로 분류되며 제약을 받아 온 역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마후아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잊혀졌던 전통이 다시 살아난다”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술이 향하는 곳은 마을 잔치, 제례, 삶의 전환점이었습니다. 꽃이 피는 여름철이면 채집한 꽃을 말려 밤새 발효시키고, 마을 사람들과 나눠 마시며 공동체의 기억을 공유했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에서 두어 모금 마시며 ‘이 술은 맛 그 이상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숲 합창처럼, 술잔에서 올라오는 꽃 향기와 조용히 퍼지는 따뜻한 느낌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니, 마후아 한 잔은 더 이상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이야기로 채워진 맛의 기록이 되었습니다.

인도 전통술 마후아의 역사와 제조법, 부활

제조법과 술맛의 특징

 마후아의 제조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 속에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정성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마후아 나무의 꽃이나 열매를 채집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보통 3월에서 5월 사이, 꽃이 만개할 때 즈음 숲으로 들어가 손으로 꽃을 수확하고, 햇볕 아래 말립니다. 이후 말린 꽃을 물에 담가 자연발효를 시키는데, 이는 항아리나 전통 용기를 이용해 4~6일 정도 진행되기도 합니다. 발효가 끝난 뒤 일부는 그대로 발효주 형태로 마시고, 다른 일부는 증류기를 이용해 술을 만들기도 합니다. 증류를 거친 경우 도수가 일반 발효주보다 높으며, 향이 더 농축된 술이 됩니다. 이 술의 맛과 향 또한 매우 독특한데요, 발효주 형태에서는 꽃의 은은한 단맛과 가벼운 산미가 있고, 증류주 형태는 투명하거나 옅은 황금빛을 띠며, 꽃 향기와 약간의 스파이스 느낌이 섞입니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이 술의 주요 특징은 ‘꽃으로 만든 전통 증류주’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라고 합니다. 또한 마후아 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건조하거나 반건조 기후가 많아 특정 지역에서만 술을 제조할 수 있었고, 그만큼 전통 방식이 지역에 깊게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부활 시도와 앞으로의 가능성

 최근에 들어 마후아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도 마디야프라데시 주 정부는 마후아를 ‘헤리티지 리큐르(heritage liquor)’로 지정했고, 이를 통해 원주민 공동체의 경제적 참여, 전통문화의 복원을 이뤄내고자 한 것입니다. 실제로 ‘Mond’라는 브랜드로 2023년 마디야프라데시에서 원주민이 만든 마후아 증류주가 출시된 바 있으며, 이는 ‘꽃을 수확한 집단이 술을 만들고 브랜드화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초기 계획이 무산되거나 수요가 미미해 시장에서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마후아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꽃 기반 술이라는 희소성, 원주민 문화와의 연계성, 트렌드로 떠오른 ‘크래프트 주류’ 시장과의 접점 등이 마후아는 충분히 글로벌 주류로 도약할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인도를 방문한다면 도시의 고급 바보다는 숲 인근 원주민 마을을 찾아 마후아를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직접 꽃을 수확한 마을 사람과 술잔을 나누며 그 향을 음미하면, 그 한 모금이 단순한 알코올음료 이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숲의 고요함,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그리고 마을의 웃음소리까지 함께 담긴 기억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