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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류 탐방

사르트르와 보봐르, 푸코와 바타이유를 통해 보는 프랑스 철학자들의 와인 문화 이야기

by nottheendwrite 2025. 12. 8.

철학과 와인은 왜 잘 어울릴까? – 프랑스 지식인의 일상

프랑스에서 철학과 와인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문화적 상징입니다. 사유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철학적 대화가 이뤄지는 공간에 와인이 함께 놓이는 일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프랑스의 지식인들은 카페나 살롱에서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정치와 윤리, 인간 존재에 대한 담론을 나누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문화 소비가 아니라 철학의 일상화이자 대중화였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철학자'가 문화적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카페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철학서를 읽거나 토론을 나누는 모습은 파리지앵 삶의 한 장면처럼 묘사됩니다. 와인은 생각을 유도하고, 감정을 부드럽게 만들어 사유의 폭을 넓히는 도구였습니다. 그만큼 프랑스 사회에서는 와인을 마시는 행위가 사적 쾌락을 넘어 지성의 표현으로 이어졌고, 철학과 와인의 관계는 개인과 사회,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적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르트르와 보봐르 – 실존주의의 와인 잔 위 철학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봐르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실존주의 철학자입니다. 두 사람은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나 '레 되 마고' 같은 살롱에서 와인을 곁들이며 논쟁과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의 철학은 추상적 개념에 머물지 않고, 살아 있는 삶의 질문에 닿아 있었습니다. 사르트르의 존재론이나 보봐르의 여성주의 담론은 일상의 언어로 말해졌고, 이 일상 속에는 언제나 와인이 함께했습니다.

 

 사르트르는 술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의 무게를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술이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개라고 보았습니다. 보봐르 역시 여성의 억압과 해방에 대한 철학적 논의 속에서 술자리라는 사회적 공간이 어떻게 젠더 권력을 드러내는지를 관찰했습니다. 이처럼 이들은 철학을 탁상공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와인이라는 매체를 통해 삶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 자체도 자유연애와 철학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이었습니다. 와인은 그들의 연애와 철학을 연결해주는 실천의 장이었으며, 철학이 추구하는 '실존의 진정성'을 일상에서 구현하는 매개로 작동했습니다.

푸코와 바타이유 – 권력과 쾌락의 유리잔

 미셸 푸코와 조르주 바타이유는 프랑스 현대철학의 흐름에서 권력과 쾌락의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사상가입니다. 그들에게 술, 특히 와인은 단순한 기호가 아닌 '몸과 권력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단이었습니다. 푸코는 인간의 몸이 사회적 권력 구조 속에서 어떻게 통제되고 훈육되는지를 탐구했으며, 쾌락과 금욕 사이의 긴장을 분석했습니다. 그의 저서 『쾌락의 역사』에서도 음주 문화는 중요한 분석 틀로 등장합니다.

 

 조르주 바타이유는 술을 통해 '금기'와 '초월'이라는 개념을 논했습니다. 그의 철학에서는 술이 이성적 질서를 벗어난 '과잉'의 세계, 즉 인간이 감히 넘어서고자 하는 경계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인간이 이성의 껍질을 벗고 충동과 무질서, 죽음 충동에 가까워질 때 오히려 더 근원적인 진실에 닿을 수 있다고 보았고, 술은 이 과정을 돕는 도구였습니다.

 

 이 두 철학자에게 와인은 문명의 기호이자 그 문명을 넘어서는 탈경계적 상징이었습니다. 감각을 일깨우고, 이성의 통제를 잠시 벗어나게 하며,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게 만드는 하나의 문화적 실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철학자들의 와인 선택 – 기호를 넘는 철학적 취향

사르트르와 보봐르, 푸코와 바타이유를 통해 보는 프랑스 철학자들의 와인 문화 이야기

 

 프랑스 철학자들이 특정 와인을 고집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료는 적지만, 그들이 선호한 술의 스타일과 마시는 방식은 종종 철학적 태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와인 리스트보다는 분위기를, 푸코는 파격과 해체의 의미로 술을 다루었습니다. 푸코는 자신의 글에서 감각적 체험과 지식 체계를 연결 지으며 술이 지식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와인은 철학적 상징이자 사유의 실천 수단이었습니다. 레드 와인의 무게감, 화이트 와인의 투명성, 샴페인의 일시적 환희는 모두 삶의 다양한 국면을 표현하는 상징적 언어였습니다. 이는 단지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선택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프랑스의 철학과 와인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철학 서적이 출간되면, 저자와 독자가 와인 한 잔을 나누며 북토크를 하는 문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유럽의 지식인 문화가 아니라, 지적 대화와 감성적 체험이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철학적 생활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와인 한 잔, 지성의 흔적을 따라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오늘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한 권의 철학서를 펼쳐보면 어떨까요? 철학은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해주는 시선입니다. 프랑스 철학자들이 그렇게 했듯, 와인 한 잔의 여유 속에서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것이 바로 철학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순간일 것입니다.

 사르트르처럼 인간의 자유를 고민하거나, 푸코처럼 사회의 권력 구조를 성찰해도 좋습니다. 혹은 단순히 오늘 하루의 피로를 녹이며, 와인 향 속에 감정의 결을 느껴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철학과 와인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마주하기 위한 또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