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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의 역사와 제조 과정, 음식과의 궁합 알아보기

by nottheendwrite 2025. 10. 16.

사케의 역사와 제조 과정

천년을 이어온 술, 사케의 역사

 

 ‘사케’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전통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케를 마트에서 파는 병술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 배경과 역사가 매우 깊고, 제조 과정도 정성스럽기로 유명합니다.

사케의 기원은 매우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에서는 기원전 3세기경, 벼농사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쌀을 발효시킨 술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집니다. 초기에는 신에게 바치는 제사용 술로만 사용되었으며, 일반인이 마시게 된 것은 훨씬 뒤의 일입니다. 8세기 무렵 정비된 체제 아래에서 국가가 직접 양조장을 운영했고,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사케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창기 사케는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습니다. ‘입으로 씹는 술’이라 불릴 만큼, 쌀을 씹어 뱉어 발효시키는 방식이 사용되었죠. 이것은 미생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고대 사회에서의 자연스러운 발효 방식이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사케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는 맛과 향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별로 특색 있는 사케가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홋카이도의 깔끔한 맛부터 규슈 지방의 깊고 풍부한 풍미까지, 일본 내에서도 사케는 지역마다 전혀 다른 맛과 느낌을 줍니다.

일본의 전통술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전문 사케 바가 존재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고급 일식집은 물론 캐주얼한 술집에서도 사케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성과 미학이 담긴 사케의 제조 과정

 사케는 물, 쌀, 효모, 그리고 시간, 네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집니다. 네 가지 요소 모두 중요한 요소이며 사케를 제조할 때는 제조 과정 곳곳에 장인의 손길과 철학을 담아 최종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사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사케 제조의 첫 시작은 ‘쌀 고르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이 먹는 쌀과 달리 사케용 쌀은 전분 함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품종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사케를 위한 쌀을 따로 재배하기도 하죠.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야마다니시키’가 있으며, 일본에서는 최고급 사케를 만들 때 이 쌀을 주로 사용합니다. 쌀을 골랐다면, 그다음은 ‘정미’입니다. 정미란 쌀의 겉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으로, 얼마나 많이 깎느냐에 따라 사케의 등급이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60% 이하로 정미된 쌀을 사용하면 '긴조주'라 불리며, 50% 이하까지 깎은 쌀로 만들면 '다이긴조주'로 불립니다. 이처럼 정미율은 사케의 향미와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다음으로 정미된 쌀을 물에 불린 후 쪄서 ‘코지(누룩)’를 만들어야 합니다. 코지는 발효의 시작점으로, 쌀의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후 효모를 첨가하고, 발효와 숙성을 거쳐 최종적으로 알코올이 생성됩니다. 이 발효 과정은 약 3~4주간 지속되며, 발효 탱크 내 온도와 습도를 철저히 관리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사케는 주로 대량생산된 사케인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수작업으로 빚는 전통 양조장도 많습니다. 특히 고급 사케는 지금도 철저히 수작업 중심으로 제조되며 하나의 술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여과와 살균 과정을 거치면 사케가 완성됩니다. 잔여 찌꺼기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병입 전에 여과 과정을 거치며, 일부 제품은 살균을 하지 않고 생주 상태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다만 생주의 경우, 신선한 맛을 자랑하지만 보관이 까다롭기 때문에 냉장 유통이 필수입니다.

사케를 더 맛있게 즐기는 음식 궁합

 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과의 조화를 통해 풍미가 완성됩니다. 사케 역시도 어떤 사케를 마시느냐에 따라, 어떤 음식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그 맛과 풍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케는 일본의 전통술인 만큼 일본 요리와의 궁합이 뛰어납니다. 대표적으로는 사시미(회)와의 조합이 있습니다. 깔끔하고 드라이한 사케는 흰 살 생선과 매우 잘 어울리며, 기름진 생선류에는 약간 단맛이 도는 사케가 어울립니다. 이를테면 홋카이도산 오징어회와 드라이한 준마이슈의 조합은 비린맛을 잡아주면서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합니다. 또한, 사케는 조림 요리나 구운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예를 들어 간장과 미림으로 졸인 니모노(일본식 조림요리)는 부드러운 준마이 다이긴조와 매력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식사 중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전통이나 일본 요리에서 벗어나 조금 색다른 조합을 원한다면 치즈와 함께 드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의외로 숙성 치즈와 사케는 뛰어난 궁합을 보이는데요, 일부 사케 양조장에서는 직접 치즈와 함께 사케를 페어링 하는 시음회를 열기도 합니다. 사케는 치즈의 풍미를 한층 더 살려주며, 둘의 조합은 입안에서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사케는 온도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보여주는 술이기도 합니다. 냉사케(ひや, hiyazake), 온사케(燗酒, kanzake), 상온사케 등, 동일한 사케라도 음용 온도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는 살짝 데운 온사케가 따뜻한 요리와 잘 어울리며, 여름철에는 시원한 냉사케가 산뜻한 요리와 좋은 조화를 이룹니다.

 

사케는 ‘문화’를 마시는 경험입니다

사케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의 농업, 장인정신, 계절 감각, 그리고 미식문화가 모두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사케 한 병 안에는 수백 년간 이어진 전통이 녹아 있고, 술을 빚은 사람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사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비싼 일본 술'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사케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마 깊어졌다면, 다음에 술을 고를 때 사케를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갈한 음식, 소박한 분위기, 그리고 부드러운 사케 한 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마신다면, 한 잔의 깊이는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