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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전통 브랜디 차차(Chacha)의 역사와 발효 방식

by nottheendwrite 2025. 10. 23.

조지아 전통 브랜디 차차(Chacha)의 역사와 발효 방식

포도 찌꺼기에서 시작된 한 잔의 역사

 카프카스 산맥이 품은 작은 나라, 조지아(Georgia). 이 땅에서는 수천 년 동안 포도 문명이 이어져 왔고, 와인이 일상 그 이상의 존재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차차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껍질·씨·줄기, 즉 포마스(pomace)를 다시 발효하고 증류해 만든 독특한 술입니다. 와인 양조의 부산물이 새로운 형태의 술이 되었다는 사실은, ‘버림 없이 자원을 활용한다’는 조지아인들의 장인 정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차차라는 이름은 포마스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이를 증류한 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소규모 증류 장치를 사용해 가족 단위로 술을 빚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오늘날에도 농촌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해져 내려온 술이 오늘날 상업화되며 고급 제품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면 조지아 증류 역사 속 흐름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지아 동부의 카헤티(Kakheti) 지역은 포도 재배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고품질 포마스를 생산해 차차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포도를 생산한 지역의 기후, 토양과 포도의 품종이 술에 스며들어 있고, 이렇게 지역의 특성이 술맛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차차는 단순한 증류주라기보다는 ‘지역의 풍미와 시간’을 담은 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증류 방식과 발효의 세밀한 단계

 차차를 만드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통과 숙련이 결합된 기술의 산물입니다. 우선 와인을 만든 뒤 남은 포마스를 수집하고, 이 포마스를 일정 기간 동안 숙성 및 발효시킵니다. 가정에서 증류할 경우에는 클레이 항아리나 작은 증류기를 쓰기도 했고, 오늘날에는 스테인리스 탱크와 현대식 설비를 갖춘 양조장도 많아졌습니다. 발효가 끝나면 증류를 통해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이 술이 갖게 될 향과 강도를 조절합니다. 대게 알코올 도수는 40~60% 사이지만, 일부 전통 방식으로 만든 가정용 차차는 70%를 넘기도 합니다. 증류기는 보통 구리로 된 전통형이 많으며, 증류 후 숙성 시간을 거치기도 합니다. 숙성되면 술은 투명한 상태보다는 황금빛을 띠며, 나무통 숙성이나 과일 미 허브의 침지 방식에 따라 향의 층이 깊어집니다. 포도 품종 또한 중요한데요, 조지아에서는 사페라비(Saperavi), 륵차쉴리(Rkatsiteli) 등 고유 품종이 많고, 이 품종의 포마스가 차차의 맛을 좌우합니다. 일부 양조장에서는 허브나 꿀, 과일을 더해 ‘플레이버 차차’로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으로 차차는 한 가지 단일한 맛이 아니라 여러 풍미를 지닌 술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포마스가 향이 농밀하고 부드러운 품종이라면 만들어진 차차도 비슷한 맛을 풍기며, 반대로 숙성이 덜 된 포마스를 쓴다면 알싸하고 날카로운 맛이 살아납니다. 술잔 한 모금으로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포도의 품종과 증류 및 발효 방식은 술맛에 민감하게 반영됩니다.

차차가 담고 있는 식문화와 공동체의 맛

 조지아의 식탁에서는 차차가 ‘한 잔’으로 시작하거나 끝납니다. 전통 연회인 수프라(supra)라는 식사 자리에서는 와인과 함께 차차가 등장하는데, 이 술은 단지 음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화의 흐름과 식사의 분위기를 잇는 고리입니다. ‘건배’를 의미하는 “가우마르조스(gaumarjos)!”라는 말과 함께 차차를 나누면, 그 순간은 음식과 이야기, 사람과 정서가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 됩니다. 또한 차차는 위장이나 몸을 달래주기 위한 술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추운 날씨에 긴 노동 후 차차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몸을 데우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 지역 사람들 사이엔 “차차는 술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음식과의 궁합도 흥미롭습니다. 포도 산지에서 만든 풍성한 와인, 진한 육류 요리, 담백한 치즈 등과 함께 차차가 놓이면 그 자리는 한층 깊어집니다. 술 한 잔이 끝나기 전까지 대화가 계속되고 잔은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며, 마치 음식과 정서가 서로 순환하는 듯한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차차는 단독으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경험’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현대의 차차,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지는 길

 과거에 각 가정에서 작은 증류기로 만들어졌던 차차가 오늘날에는 박물관급 양조장 규모, 관광 투어, 국제 경연 대회로 진화했습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브랜드화된 상품들도 등장했고, 이는 조지아 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인쇄된 병 라벨, 번호가 붙은 숙성란, 다양한 향이 가미된 특별판 차차 등은 이제 수집가의 아이템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차차 투어’가 빈번해지면서 증류소 방문, 발효 포마스 체험, 시음회 등이 패키지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 체험을 통해 여행자는 술의 맛뿐 아니라 그 술이 만들어진 과정과 사람, 땅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느낄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차차는 조지아 정부가 지리적표시(GI)로 공식 인정한 최초의 증류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제도는 술이 만들어진 지역성과 전통 방식이 보증됨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차차는 조지아의 술’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합니다. 그럼에도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산업화와 현대화 속에서 전통 방식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품질 및 위생 기준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끔 여전히 개선 중입니다. 그럼에도 차차는 지금도 조지아 술문화의 중심에 있으며, 한 잔의 차차가 가진 역사와 이야기 덕분에 전 세계 다양한 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여행자에게 권하는 한 잔의 차차 경험

 만약 조지아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단순히 명소만 돌아보기보다는 차차 한 잔을 찾아보세요. 트빌리시(Tbilisi) 구시가지의 작은 술집, 카헤티의 포도밭 인근 증류소, 혹은 현지 가정에서 나누는 한잔까지. 술잔 위에 올라간 향을 맡고, 입안에 퍼지는 온기를 느끼고 나면 그 잔은 단지 술이 아니라 기억이 됩니다. 기억해야 할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술잔을 너무 차갑게 하지 마세요. 과일 향과 증류된 향신료가 그대로 살아 있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놓지 말고 잠시 숨을 고르고 향을 느껴보세요. 조지아 현지인들은 그렇게 ‘마시는 술’을 ‘음미하는 술’로 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이야기는 술잔과 함께 나누는 법입니다. 여행 동료나 현지인과 “이 술은 포도 찌꺼기인데 이렇게 풍부한 향이 난다”, “이 지역 포도가 이런 특징이 있구나”라는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 순간 술잔은 단지 유리잔이 아니라, 문화와 시간의 매개체가 됩니다. 차차 한 잔에 담긴 조지아의 땅, 사람, 그리고 세대의 이야기는 그 어떤 관광지보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