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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술 베헤로프카(Becherovka)를 통해 알아보는 체코의 식문화와 칵테일 레시피

by nottheendwrite 2025. 10. 22.

허브 리큐르 베헤로프카의 탄생과 체코의 미식 배경

 "한국에 국민소화제 가스활명수가 있다면, 체코에는 베헤로프카가 있습니다."

체코 서부, 보헤미아의 온천 도시인 카를로비바리(Karlovy Vary)에서 시작된 베헤로프카(Becherovka)는 1807년 Josef Vitus Becher라는 약사가 여러 가지 허브와 향신료를 혼합해 만든 리큐르입니다. 당시 온천을 찾았던 유럽 귀족들과 여행객들이 소화 및 건강을 위해 마시게 되었고, 약용으로 사용되던 술이 매 끼니에 빠질 수 없는 음료로 자리 잡게 되었죠. 오늘날 베헤로프카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알코올 브랜드 중 하나이며, 그 역사와 전통이 체코의 식문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식사 직후 혹은 식사 사이에 맥주나 베헤로브카를 자연스럽게 마시면서 여유와 교류의 시간을 나눴기 때문이죠.

 전통 식문화 속에서 이 술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보헤미아 지방에서는 맥주와 함께 간단한 안주, 덤플링이나 감자요리, 짭짤한 치즈 등을 즐겼고, 여기에 식사 마무리에 위를 달래주는 식후주 한 잔이 더해졌습니다. 허브로 향을 입힌 리큐르가 이 흐름과 맞물리면서, 베헤로프카는 ‘식사의 끝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술’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카를로비바리가 온천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리큐르를 기념품이나 쇼핑 아이템으로 가져가면서 체코의 음식과 술 문화가 해외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맛과 향이 담은 식문화의 디테일

체코의 술 베헤로프카로 보는 체코의 식문화

 

 베헤로프카는 약 20종 이상의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혼합하여 만들어집니다. 계피, 정향, 아니스, 그리고 보헤미아 지역의 향긋한 허브들이 어우러지며, 그 결과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쓴맛이 남는 독특한 풍미가 완성됩니다. 알코올 도수는 약 38% 전후인 경우가 많아 식사 후 한 잔으로도 즐기기 적당한 강도입니다. 마치 입가심을 해주는 듯한 향긋한 향으로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 역할을 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체코 현지 식당에서 경험한 것이 있는데, 베헤로프카 잔이 놓이는 순간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감자 요리나 돼지고기 요리로 가득한 식탁 끝에, 허브 향이 감도는 술잔이 놓이면 마치 ‘이제 식사가 끝나고 여유가 시작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베헤로프카는 음식과의 페어링에서도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줍니다. 전통적으로는 과일이나 치즈, 간단한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름지거나 다소 무거운 메인 요리들과도 잘 어울리며 최근에는 칵테일 베이스로도 활용되는 등 다양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예컨대 얼음을 넣어 깔끔하게 한 잔으로 마시거나, 토닉 워터와 레몬을 곁들여 ‘베톤(BeTon)’이라는 이름의 칵테일로 즐기기도 하죠. 식사 직후 허브 향이 풍기는 리큐르 한 모금으로 입 안을 정리하고, 곧바로 커피나 디저트를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베헤로프카가 알려주는 체코의 테이블 문화

 체코의 음식 테이블을 들여다보면, 흔히 맥주와 함께 간단한 음식이 중심이 됩니다. 덤플링, 훈제 한 덩어리 돼지고기, 달콤한 반죽 디저트 등이 그것이죠. 여기서 베헤로프카는 식사의 끝을 책임지는 술로, ‘마무리’를 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테이블 한쪽에는 빈 잔과 함께 약간의 허브 향이 흐르고, 사람들이 잔을 기울이며 천천히 대화를 이어갑니다.

 베헤로프카는 기념품이자 문화의 상징으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카를로비바리를 찾는 관광객들은 베헤로프카 공장이나 박물관을 방문한 뒤 친지에게 한 병씩 선물로 사가고는 합니다. 단순히 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경험했던 시간과 향을 담아 간다”는 의미도 담기는 것이죠. 이처럼 베헤로프카는 체코 음식문화와 함께 ‘기억을 가져가는’ 술이 된 셈입니다. 그리하여 체코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그리움과 향수를 함께 나누는 경험을 합니다. 만약 여행 중 체코의 식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현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 베헤로프카 한 잔을 주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한 잔을 통해 체코의 감성과 식탁 위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베헤로프카를 더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 – 칵테일 레시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에는 베헤로프카의 특유의 향을 활용한 칵테일 레시피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BeTon(베톤)’입니다. 베헤로프카 Becherovka(Be)와 토닉 워터(Ton)의 앞글자를 따온 이름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즐기실 수 있습니다.

 

✔ BeTon 레시피

  • 베헤로프카 50ml
  • 토닉 워터 100ml
  • 얼음 적당량
  • 슬라이스 레몬 or 오렌지
  1. 넓은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 뒤, 베헤로프카를 붓습니다.
  2. 토닉 워터를 천천히 부어 섞고, 레몬 슬라이스를 얹습니다.
  3. 한 모금 마시면 상쾌한 탄산과 허브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오렌지 주스, 애플사이더, 진저에일 등과 섞어도 좋고, 고급 칵테일 바에서는 베체로브카에 생강즙과 꿀, 라임을 더해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스파이시 워머’ 스타일도 인기입니다. 체코를 여행하게 되신다면, 베헤로프카 한 병을 구매해서 다양하게 즐기며 식사의 끝에 풍성함을 더해보시길 바랍니다.